
필사가 유행이라는 기사를 보며, 그 인기를 실감하게 됩니다.
제 필사 경험은 1년 전, 미꽃체 수강을 시작하면서부터였어요. 악필을 교정해야겠다는 생각에 피그마 마이크론 정도만 구매했었죠. 하지만 퇴사 후 시간이 많아지면서 우연히 잉크잉크님의 유튜브 채널을 정주행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만년필에 대한 호기심이 커졌어요. 결국, 써보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첫 만년필은 트위스비 에코였고, 이후 하나둘씩 펜이 늘어나면서 각 브랜드마다의 매력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만년필의 세계에 빠져든 지도 벌써 두 달이 되어가네요.
만년필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종이, 펜, 잉크—이 3박자가 필수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죠. 하지만 처음엔 닙 분할, 단차, 피드 먼지 끼임 같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새 펜인데도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요. 그 과정에서 수많은 글을 써보며 자신만의 필감을 찾아가게 되죠.
그런데 저는 글감을 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따라 쓸 문장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건 독서량이 부족하다는 반증이기도 하죠. 그래서 책도 읽으면서 만년필로 필사하기 좋은 2025년 3월 신간을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만년필로 필사하기 어려운 책과, 필사가 가능한 책을 나눠서 리뷰해 보려고 합니다. 어떤 책이 필사에 적합한지, 직접 써보며 느낀 점들을 공유해볼게요!

사진에서 윗라인이 만년필 사용가능한 책이고
아랫라인이 라이프노블노트 제외 하고 만년필사용 불가능한 책입니다.
1. 영어가 가벼워지는 시간
필사라는 단어를 붙였다고 해서 무조건 만년필 사용이 가능하진 않습니다. 이 책이 대표적인 예죠. 잉크 테스트도 없이 출판한 것 같은 느낌입니다. 종이가 잉크를 흡수하여 뒤로 내보내는듯이 뒷배김과 번짐이 심합니다. 독자를 배려하기보다는 활자만 입력해서 출판에 급급했던 책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듭니다.


2. 필사는 도끼다
"필사는 도끼다" – 필사책? 그냥 읽기용 책
필사를 강조한 제목이라 기대했지만, 만년필 사용은 불가능합니다. 만년필 유저 입장에서 실망감이 컸네요.
만년필 테스트 결과
태극블루 같은 테가 강하게 뜨는 잉크를 사용했더니 그대로 종이에 흡수되어버립니다.
뒷비침 심함 – 뒤쪽 페이지까지 잉크가 스며들어 필기가 불가능합니다.
피그마 마이크론조차 뒷배김 발생 – 일반적으로 번짐이 적은 유성 펜인데도 뒷배김이 생깁니다.
이 정도면 "필사"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올 이유가 없습니다. 정작 필사를 하려는 만년필 유저들은 사용할 수 없으니까요. 결국 그냥 읽어야 하는 책입니다.
출판사에 한마디
다산북스, 필사책을 만들 거라면 최소한 잉크 테스트는 해보고 출판해야 하지 않을까요? "필사"라는 단어를 제목에 넣었다면, 만년필 유저들을 고려하는 것이 기본적인 배려일 텐데요.
솔직한 심정으로는 책을 진짜 도끼로 찍어버리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필사할 생각이라면 비추, 그냥 읽기용으로만 추천합니다.



3. 데일 카네기 100일 필사
이 책을 추천받아 구매했는데, 결과적으로 대만족입니다. 표지도 고급스럽고, 붉은색 디자인이 인상적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종이 품질이 좋아 잉크를 잘 받아줍니다. 페이퍼블랭크스 같은 프리미엄 노트까지는 아니지만, 만년필 사용자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필사책입니다.



4. 이토록 멋진 영문 필기체
만년필 전문 유튜버가 선택한 책답게 종이 질이 뛰어납니다. 파이롯트 743 M닙, 라미 2000 EF 정도로 필사해도 잉크 번짐 없이 부드럽게 써집니다. 다른 영어 필사 노트들이 실번짐과 뒷배김 때문에 실망스러웠던 것과 비교하면, 이 책 위에 만년필을 시원하게 휘갈기며 필기체 연습할 때마다 쾌감을 느낄 정도입니다. 그런데 작은글씨파는 사지마세요. 글씨가커요 ㅎㅎ

5. 초역 부처의 말
만년필 필사에 적합한 책입니다. F닙으로 써도 번짐 없이 깔끔하게 써지고, 심지어 잉크 테가 떠서 놀랄 정도였습니다. 일반적인 저가 종이들과 비교했을 때 뒷번짐이 확연히 적습니다. 내용도 깊이 있어서 필사하며 한 문장씩 곱씹어볼 수 있어 더욱 추천할 만한 책입니다.



총평:
만년필 필사용 책을 고를 때는 종이 품질이 핵심입니다. "영어가 가벼워지는 시간","필사는 도끼다"처럼 잉크 번짐이 심한 책은 피해야 하고, "데일 카네기 100일 필사", "이토록 멋진 영문 필기체", "초역 부처의 말"처럼 종이 질이 좋은 책을 선택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만년필 사용자라면 이 세 권을 추천합니다!
필사에 들어가기 전, 워밍업이 필요해요. 처음부터 바로 적기 시작하면 마치 오랜 침묵 끝에 갑자기 말을 거는 듯한 느낌이 들거든요. 필사할 책은 분량이 많기 때문에, 1회독을 마친 후 목차를 훑으며 조감해 보는 과정이 도움이 됩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목차를 따라가면서 필사를 하면 지루하지 않게 꾸준히 이어갈 수 있어요.

사과문진 너무 예쁘네요 😍 유리와잉크와의 상성은 정말 궁합최고입니다.
필사책을 7권이나 구매했는데 4권이나 만년필을 못써서 뿔난 마음을 예쁜거 보고 잊어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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